그때 크리스천은 문지기에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이 집의 목적이 무엇입니까? 그리고 제가 오늘 밤 여기 머물 수 있을까요?” 문지기는 대답했습니다. “이 집은 언덕의 주님께서 세우신 것이며, 순례자들의 안식과 안전을 위해 지어진 것입니다.” 그러고는 문지기는 그가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지를 물었습니다.
크리스천: 저는 멸망의 도시에서 왔고 시온 산으로 가는 길입니다. 하지만 해가 이미 졌기에, 괜찮으시다면 오늘 밤 여기 머물고 싶습니다.
문지기: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크리스천: 지금 제 이름은 크리스천입니다. 처음에는 그레이슬리스(은혜 없는 자)였습니다. 저는 하나님께서 셈의 장막에 거하게 하실 야벳의 자손으로 태어났습니다.
문지기: 그런데 해가 이미 졌는데 어찌 이렇게 늦게 도착했습니까?
크리스천: 저는 더 일찍 도착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제가 언덕 ‘어려움’ 곁에 있는 그늘진 쉼터에서 잠이 들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뿐만이 아닙니다. 자는 중에 제 증명서 두루마리를 잃어버려서 그것 없이 언덕 꼭대기에 도달했습니다. 그것을 찾으려 했지만 사라져버린 것을 알고는 마음이 무거워 다시 그 쉼터로 내려가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되찾은 후에야 다시 길을 나설 수 있었고, 그래서 지금 이곳까지 온 것입니다.
문지기: 알겠습니다. 이 집에 거하는 처녀들 중 한 사람을 부르겠습니다. 당신과의 대화가 그녀 마음에 들면, 이 집의 규례에 따라 가족들과 함께 머물도록 허락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문지기 ‘경계자’가 종을 울리자, ‘ 분별’이라는 이름의 위엄 있고 아름다운 여인이 문으로 나왔습니다. 그녀는 왜 자신이 불렸는지를 물었고, 문지기는 대답했습니다. “이분은 멸망의 도시에서 시온 산으로 가는 순례자입니다. 피곤하셔서 해가 진 것을 보시고 이곳에서 하룻밤 머물 수 있는지를 제게 물으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당신을 부르겠다고 했고, 규례에 따라 당신이 그와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판단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그녀는 크리스천에게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지를 물었고, 그는 대답했습니다. 또 어떻게 길에 들어섰는지도 물었고, 그는 또 말해주었습니다. 이어서 길을 따라오며 무엇을 보았고 어떤 일을 겪었는지를 물었고, 크리스천은 그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그의 이름을 물었고, 그는 “제 이름은 크리스천입니다. 지금은 이 집이 순례자들의 안식을 위해 언덕의 주님께서 지으신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더욱 이곳에서 하룻밤 머물고 싶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미소를 지었으나, 눈에는 눈물이 고였습니다.
조금 망설인 후 그녀는 말했습니다.
“이 집의 가족들 중 두세 사람을 더 부르겠습니다.” 그러고는 안쪽 문으로 달려가 ‘지혜’, ‘경건’(영적 헌신), 그리고 ‘사랑’을 불렀습니다. 이들은 크리스천과 조금 더 대화를 나눈 뒤 그를 가족들에게 소개하며 집 안으로 초대했습니다. 이에 따라 많은 가족들이 로비로 나와 그를 맞이하며 따뜻하게 말했습니다.
“여호와께 복 받은 자여, 들어오소서. 이 집은 당신과 같은 순례자들을 환영하기 위해 언덕의 주님께서 친히 지으신 곳입니다.” 그러자 크리스천은 감사의 표시로 고개를 숙이고, 그들을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가 안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자, 그들은 그에게 마실 것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모두 동의하기를, 저녁 식사가 준비될 때까지 시간을 유익하게 보내기 위해 한두 사람이 크리스천과 중요한 주제에 대해 대화하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경건’, ‘지혜’,
‘사랑’이 그와의 대화에 지정되었고, 그들은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경건: 자, 선한 크리스천이여, 우리가 당신을 오늘 밤 우리 집에 받아들여 사랑을 베푼 만큼, 이제 우리끼리도 유익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당신의 순례 여정에서 겪은 모든 일을 들려주시지 않겠습니까?
크리스천: 기꺼이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런 대화를 좋아해주셔서 참 기쁩니다.
경건: 처음에 무엇이 당신으로 하여금 순례자의 길을 택하게 만들었습니까?
크리스천: 제 고향에서 끔찍한 소리를 들은 것이 저를 떠나게 했습니다. 그것은 계속해서 귀에 울리는 파멸의 경고였고, 만약 제가 멸망의 도시에 계속 머무른다면 필연적으로 멸망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었습니다.
경건: 그런데 어떻게 하여 이 방향으로 나서게 되었습니까?
크리스천: 그것은 여호와의 뜻이었습니다. 파멸이 제 위에 드리운 것을 두려워했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지 못하고 있던 중, 섭리 가운데 한 사람이 제게 다가왔습니다. 그는 제가 떨며 울고 있을 때 찾아온 ‘복음전도자’라는 이름의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저를 ‘좁은 문’ 쪽으로 인도해주지 않았다면 저는 그 문을 결코 찾지 못했을 것입니다. 동시에 그는 지금 이 궁전으로 저를 인도해주는 길을 알려주었습니다.
경건: 그런데 당신은 해석자의 집을 지나오지 않았습니까?
크리스천: 예, 그리고 그곳에서 본 것들은 정말 잊지 못할 장면들이었습니다. 제 생애 내내 잊지 못할 것이며, 특히 세 가지 장면이 그렇습니다. 첫째는, 그리스도께서 사탄과 대적하시면서도 어떻게 은혜의 사역을 마음속에 계속 유지하시는지를 본 것이고, 둘째는 쇠창살 안에 갇힌 한 남자가 하나님의 긍휼에 대한 모든 희망을 잃을 만큼 죄를 지었다는 장면이었으며, 셋째는 한 사람이 꿈에서 심판의 날이 온 줄로 착각하며 두려워 떨던 모습이었습니다.
경건: 어머, 그 사람의 꿈 이야기를 실제로 들으셨습니까?
크리스천: 예, 들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정말 무시무시한 계시처럼 느껴졌습니다. 그가 말할 때 제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것을 들을 수 있어서 기쁩니다.
경건: 해석자의 집에서 본 것이 그것이 전부였습니까?
크리스천: 아닙니다. 그는 저를 데리고 매우 위엄 있는 궁전으로 데려갔습니다. 그 안에는 황금 옷을 입은 이들이 있었고, 또 한 용감한 사람이 문을 지키고 있는 무장한 사람들을 뚫고 들어가며 안으로 들어가 영원한 영광을 얻게 되는 장면도 보았습니다. 이 모든 것을 보면서 제 마음과 정신은 완전히 사로잡혔습니다. 저는 그 선한 사람의 집에 1년이라도 머무르고 싶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음을 알고 있었기에 그럴 수 없었습니다.
경건: 길을 따라오며 그 외에 또 어떤 것을 보셨습니까?
크리스천: 보았다고요? 아주 조금 길을 더 갔을 뿐인데, 제 마음속으로 한 사람이 나무에 매달려 피 흘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광경만으로도 제 등에 지고 있던 무거운 짐이 떨어졌습니다. 그 짐은 제게 많은 탄식을 불러일으켰던 것이었지요. 실제로 짐이 제 등에서 떨어졌습니다! 저는 이런 일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에 정말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나무를 올려다보았고, 도무지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그때 세 명의 빛나는 존재들이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그 중 하나는 제 죄가 용서되었다고 선언했고, 다른 하나는 제 누더기를 벗기고 지금 보시는 이 수놓은 겉옷을 입혀주었으며, 세 번째는 제 이마에 뚜렷한 표식을 남기고 가슴 주머니에 넣을 인봉된 두루마리를 주었습니다.
경건: 그런데 그것보다 더 많은 것을 보지 않으셨습니까?
크리스천: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들이 가장 귀한 것들이었지만, 그 외에도 흥미로운 것들을 몇 가지 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세 사람이 길가에 발목에 족쇄를 찬 채로 잠들어 있었는데, 그들의 이름은 단순(SIMPLE), 나태(SLOTH), 자만(PRESUMPTION)이었습니다. 그들을 깨우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또 형식주의자(FORMALIST)와 위선자(HYPOCRISY)를 만났는데, 그들은 벽을 넘어 마치 시온 산으로 가는 것처럼 행동했지만, 결국 길을 잃었습니다. 제가 그들에게 경고했음에도 그들은 믿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이 언덕을 오르는 일이었고, 그 사자들의 입 근처를 지나가는 일도 역시 매우 괴로웠습니다. 정말로, 만약 문지기 ‘경계자’라는 선한 사람이 없었다면, 저는 틀림없이 도중에 내려가 도망쳤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저는 여호와께 감사드리며, 여러분께서 저를 환영해 주신 것도 감사드립니다.
그때 지혜은 크리스천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그에게 대답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지혜: 가끔 당신이 원래 살던 나라를 생각하십니까?
크리스천: 예, 하지만 큰 수치와 혐오의 마음으로 생각합니다. 진실로, 그 나라에 대한 깊은 그리움이 있었다면, 저는 틈을 타 돌아갔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는 제 마음이 더 나은 나라, 곧 하늘나라를 갈망하기에 저는 계속 전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지혜: 아직도 당신 마음속에 이전에 빠져 있던 일들의 기억이 남아있지는 않습니까?
크리스천: 예, 있지만 그것은 제 의지에 반하는 것입니다. 특히 제 조국 사람들과 저 자신이 즐겨 탐닉했던 육적인 사고방식들이 그렇습니다. 이제는 그런 생각들이 오직 저를 괴롭게 할 뿐입니다. 만약 제가 생각할 것들을 선택할 수 있다면, 저는 더 이상 그런 육적인 것들을 전혀 떠올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가장 선한 것을 하려고 할 때에도 여전히 악한 것이 제 안에 남아있습니다.
지혜: 예전에는 크게 괴로웠던 육적인 본성이, 때로는 이긴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까?
크리스천: 예, 그런 때가 가끔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승리의 시간은 자주 오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런 시간이 올 때는 참으로 금과 같은 시간이 됩니다.
지혜: 그런 귀한 시간, 곧 육적인 괴로움이 이겨졌을 때, 어떤 수단을 통해 그런 승리가 이루어졌는지 기억나십니까?
크리스천: 예, 십자가에서 본 장면을 깊이 묵상할 때 그렇게 됩니다. 또 제가 입은 이 수놓은 겉옷을 바라볼 때에도 그렇고, 제 가슴 주머니에 넣어둔 그 인봉된 두루마리를 들여다볼 때도 그렇습니다. 또 제가 가고자 하는 곳에 대한 생각이 따뜻하게 자극될 때에도 그렇게 됩니다.
지혜: 그렇다면 당신이 시온 산에 가기를 그렇게 간절히 원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크리스천: 왜냐하면 그곳에서 저는 십자가에 매달려 죽으셨던 그분이 살아계신 모습을 뵙기를 희망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곳에서 제 안에 여전히 남아있는 끊임없는 괴로움들을 벗어버릴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천상의 도성에는 죽음이 없다고들 하며, 그곳에서 저는 가장 좋아하는 동료들과 함께 살게 될 것입니다. 진실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저의 주님을 사랑합니다. 그분께서 저의 짐을 벗겨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내면의 병으로 인해 지쳐 있습니다. 이러한 사정들로 인해, 저는 다시는 죽음을 맛보지 않을 곳에서, 거룩하다 거룩하다 거룩하다를 끊임없이 외치는 자들과 함께 있기를 더욱 간절히 원합니다.
그때 사랑이 크리스천에게 말했습니다. “가족이 있습니까? 결혼하셨습니까?”
크리스천: 저는 아내와 어린 자녀 넷이 있습니다.
사랑: 그런데 왜 그들을 함께 데려오지 않으셨습니까?
크리스천: (그는 눈물을 흘리며) 저는 기꺼이 그러고 싶었지만, 모두가 순례의 길을 가는 것을 완강히 반대했습니다.
사랑: 그래도 그들과 대화하시고, 남아 있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설명하셨어야죠.
크리스천: 저는 그렇게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제게 우리 도시의 멸망에 대해 계시하신 바를 그들에게 설명했지만, 그들은 마치 제가 농담하는 것처럼 여겼고 결국 믿지 않았습니다.
사랑: 그러면 하나님께 그들이 당신의 경고를 이해하도록 해달라고 기도하셨습니까?
크리스천: 예, 뜨거운 애정을 담아 간절히 기도드렸습니다. 아시다시피 제 아내와 가난한 자녀들은 제게 매우 소중한 존재였습니다.
사랑: 당신 자신의 슬픔과 파멸에 대한 두려움을 그들에게 말씀하셨습니까? 당신에게는 멸망이 매우 실감 났을 것 같습니다.
크리스천: 예, 여러 번 여러 번 말했습니다. 아마도 제 얼굴에 드러난 두려움, 특히 눈물과 떨림에서 그들이 그것을 인식했을 것입니다. 임박한 심판의 현실 앞에서 제 마음은 경고로 가득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설득하는 데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사랑: 그럼 그들이 내세운 이유는 무엇입니까? 왜 함께 가지 않으려 했습니까?
크리스천: 하나는 제 아내가 이 세상을 잃을까 두려워했고, 또 하나는 제 자녀들이 어리석은 젊음의 쾌락에 몰두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들, 그리고 여러 다른 방해 요소들로 인해, 그들은 저를 홀로 괴로운 마음으로 떠나보냈습니다.
사랑: 그런데 당신이 그렇게 많은 말과 설득으로 사랑하는 가족들을 떠나게 하려 했지만, 당신의 삶의 공허함이 결국 그들이 당신의 권고를 따르지 못하게 만든 것은 아니었습니까?
크리스천: 솔직히 제 삶을 자랑할 수는 없습니다. 제 수많은 부족함을 누구보다 제가 더 잘 압니다. 이 점에 있어, 한 사람의 삶의 방식이 아무리 좋은 주장이나 논증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무효로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제 행동 때문에 그들이 순례의 길을 가지 않도록 만들지 않기 위해 매우 조심했습니다. 실제로 이런 조심스러움 때문에 그들은 저를 비판하며, 제가 그들 보기엔 아무 잘못도 아닌 것들을 너무 지나치게 엄격하게 스스로에게 금지한다고 말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만약 그들을 방해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오히려 제가 하나님께 죄를 짓거나 이웃에게 잘못하지 않기 위해 너무 신중하게 행동한 바로 그 점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사랑: 당신 말이 옳습니다. 가인은 자기 행위는 악하고 형제의 행위는 의로웠기 때문에 동생을 미워했습니다. 만약 당신의 아내와 자녀들이 그런 이유로 당신을 거리낌 없이 거절했다면, 그들은 선한 것에 마음을 열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당신은 그들의 피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당신의 영혼을 건진 셈입니다.
그때 나는 꿈속에서 보았습니다. 그들이 모두 함께 앉아 저녁 식사가 준비될 때까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식사가 준비되자, 모두 함께 식탁에 앉았습니다. 그 식탁에는 좋은 기름진 음식들과 잘 숙성된 포도주가 차려져 있었고, 식사 중 나눈 모든 대화는 언덕의 주님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그분이 하신 일과 그 목적, 왜 그분이 이 집을 세우셨는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들이 말한 바에 따르면, 그는 위대한 전사였으며, 죽음의 권세를 가진 자와 싸워 그를 죽이셨지만, 자신도 큰 위험을 감수하셨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분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크리스천: 그분이 하신 모든 일은 많은 피를 흘림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그들은 말했고 저도 믿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행위에 은혜의 영광을 더한 것은, 그분이 자신의 나라를 순수한 사랑으로 위하여 그렇게 하셨다는 사실입니다.
게다가 그 집에 사는 어떤 이들은 그분이 십자가에서 죽으신 후에도 그를 뵙고 대화를 나누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리고 그분의 입으로 직접 들은 바에 따르면, 그는 동에서 서로까지 그와 같은 순례자들의 친구는 없을 만큼 순례자를 사랑하는 분이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그들은 또 하나의 예를 들어 말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영광을 벗어 던지시고 가난한 자들을 위해 이 일을 이루셨으며, 시온 산에 홀로 거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셨다고 들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그는 거지로 태어난 자들을 왕자들로 삼으셨으며, 그들의 본래 천한 출신도 문제 삼지 않으셨다고 했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밤늦도록 이야기를 나누었고, 마침내 주님께 보호를 위한 기도를 드린 후 각자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순례자를 위해서는 해가 뜨는 동쪽을 향해 창문이 난 넓은 위층 방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그 방의 이름은 ‘평강’이었고, 그는 그곳에서 다음 날 아침까지 평안히 잠들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그는 기쁨에 찬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게 어디란 말인가?
예수님의 사랑과 돌보심이란 말인가?
이토록 내게 마련하시다니!
내 죄를 용서하시고, 천국 곁에 살게 하시다니.
그날 아침 모두 일어난 후, 그들은 크리스천에게 이 집의 보물들을 보기 전에는 떠나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먼저 그를 서재로 데려가 가장 오래된 기록들을 보여주었습니다. 내 꿈의 기억에 따르면, 그곳에서 언덕의 주님의 족보를 설명해 주었는데, 그는 태초부터 계신 이의 아들이며, 영원한 세대로부터 나신 분이라 했습니다. 또한 그분이 이루신 행적들과 그분의 부르심을 받아 섬기게 된 수백 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으며, 그들이 결코 사라지지 않을 거처에 안치된 경위도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그다음, 그분의 종들이 이룬 위대한 행적들을 읽어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나라들을 정복하고, 의를 행하고, 약속을 받고, 사자의 입을 막고, 불의 위력을 꺼뜨리고, 칼날을 피하고, 약한 가운데 강하게 되었으며, 싸움에서 더욱 용맹해져 외적의 군대를 물리친 이야기들이었습니다.
또한 그 집 기록의 다른 부분에는, 그들의 주님께서 어떠한 사람이든 기꺼이 받아주시고, 이전에 그분의 거룩하신 성품과 업적에 깊은 모욕을 가했던 자라 할지라도 그분의 은혜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또 다른 유명한 사건들에 대한 역사적 문서들도 있었고, 크리스천은 그것들을 보며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거기에는 고대의 것과 현대의 것뿐 아니라, 앞으로 반드시 이루어질 예언들도 있었고, 그것들은 원수들에게는 두려움과 놀라움을, 순례자들에게는 위로와 소망이 되었습니다.
다음 날, 그들은 크리스천을 무기고로 데려갔고, 거기서 주님께서 순례자들을 위해 특별히 준비해 두신 여러 가지 무기들을 보여주었습니다. 거기에는 검, 방패, 투구, 흉갑, 전기도, 그리고 결코 닳지 않는 신발이 있었습니다. 하늘의 별 수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을 무장시키기에 충분한 무기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또 하나님의 종들이 사용했던 무기들도 보여주었습니다. 예를 들면, 모세의 지팡이, 야엘이 시스라를 죽일 때 썼던 망치와 못, 기드온이 미디안의 군대를 물리칠 때 사용했던 항아리와 나팔, 등불이 있었고, 삼갈이 600명을 죽인 소몰이 막대기, 삼손이 사용한 나귀 턱뼈, 그리고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릴 때 사용한 물매와 돌도 있었습니다. 또한 최후 승리의 날, 죄의 사람을 죽이실 때 주님께서 사용하실 검도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크리스천이 기뻐한 많은 귀중한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날이 끝나자 그들은 다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다음 날 꿈속에서 나는 보았습니다. 순례자는 여정을 계속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궁전의 사람들은 그에게 하루 더 머물 것을 권했습니다. 그들은 덧붙여 말했습니다.
“날씨가 맑다면, 기쁨의 산들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 산들은 지금 이곳보다 천상의 도성에 훨씬 더 가까우므로 당신에게 위로가 될 것입니다.” 이에 크리스천은 동의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그들은 크리스천을 궁전 꼭대기로 데려갔고, 남쪽을 바라보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멀리 떨어진 산악 지대가 보였고, 매우 아름다운 숲과 포도밭, 각종 과일나무, 꽃들과 샘물과 분수들이 어우러져 눈길을 사로잡는 곳이었습니다. 그는 이 땅의 이름을 물었고, 그들은 ‘임마누엘의 땅’이라 말했습니다. 또 참된 순례자들에게 이 땅은 궁전이 위치한 언덕과 같은 성격을 가진 곳이라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말했습니다. “당신이 그곳에 이르게 되면, 그곳에 있는 목자들이 천상의 도성의 문을 직접 바라볼 수 있도록 당신의 눈을 이끌어줄 것입니다.”
이제 크리스천은 다시 길을 떠날 준비를 했습니다.
“하지만 먼저,” 동행자들이 말했습니다, “다시 무기고로 갑시다.” 그래서 그리로 갔고, 크리스천이 그 방에 들어서자,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철저히 시험된 무기로 무장했습니다. 혹시라도 길에서 공격을 받을 것을 대비한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완전히 무장한 그는 친구들의 호위를 받아 궁전 문까지 나아갔고, 거기서 문지기에게 다른 순례자가 지나간 적이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문지기는 “예”라고 대답했습니다.
크리스천: 혹시 그의 이름을 아십니까?
문지기: 제가 물었고, 그는 자신의 이름이 ‘신실(Faithful)’이라고 했습니다.
크리스천: 아, 제가 그를 압니다! 그는 제 고향 사람이며 가까운 이웃입니다. 그는 제가 태어난 멸망의 도시 출신입니다. 지금쯤 얼마나 앞서갔을까요?
문지기: 지금쯤이면 아마도 언덕 아래까지는 지나갔을 것입니다.
크리스천: 잘 계십시오, 친절한 문지기님. 저에게 베풀어주신 호의로 인해 여호와께서 당신께 더 많은 복을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순례자는 길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분별, 경건, 사랑, 지혜는 그를 언덕 아래까지 함께 동행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그들은 길을 걸으며 지난 대화를 되새기며 나아갔고, 마침내 언덕 기슭에 도착했습니다. 그때 크리스천이 말했습니다. “이제 보니, 이 언덕을 오르는 것도 어려웠지만, 내려가는 길은 그보다 더 위험한 것 같습니다.” 이에 분별이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사람이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것처럼 낮아짐의 골짜기로 내려가는 길에서 실족하지 않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여기까지 동행해드리기로 한 것입니다.” 그들은 아주 조심스럽게 계속 내려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리스천은 한두 번 미끄러졌습니다.
그리고 나는 꿈속에서 보았습니다. 순례자가 언덕 아래에 도달하자, 그 선한 동행자들은 그에게 한 덩이의 빵, 한 병의 포도주, 그리고 한 송이의 건포도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들과 작별한 후, 그는 다시 길을 나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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